허니문여행 / 神들도 반한 천상의 빛… 에게해의 보석 '그리스 산토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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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의 이아 마을에서 내려다본 에게해. 쪽빛 바다와 하늘, 눈처럼 하얀 집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광은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아름답다. |
에게해. 실제로 가 본 사람은 많지 않지만, 머나먼 이국의 이 바다는 한국 사람에게도 무척이나 친숙하게 느껴진다.
초등학교 때부터 필수 교양서로 읽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 제우스, 포세이돈, 헤라 등의 신들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이 바다에서
풀어낸다. 그리고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이 신화가 단순한 상상력의 소산이 아니라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제기되며 신비와
환상의 바다로 다가온다. 에게해는 수많은 영화와 문학작품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영화 ‘트로이’에서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
와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가 결투한 곳도 바로 이곳의 바닷가였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도
이곳을 무대로 한다. 세계적인 휴양지로 부상한 산토리니가 바로 이 바다에 자리하고 있다.
#에게해에 떠 있는 사랑의 섬, 산토리니
그리스를 둘러싼 에게해에 뿌려진 1500여개의 섬 중에서 요즘 우리 귀에 가장 익숙한 곳은 아무래도 산토리니일 것이다.
유럽인들이 가장 가 보고 싶은 관광지로 꼽는 이곳은 몇 해 전부터 한국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신혼 여행지 중 하나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산토리니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면, ‘포카리 스웨트’라는 음료 광고의 배경이던 하얀 마을을 떠올리면 된다.
크레타 섬의 이라클리온 항구를 출발한 쾌속선은 바다 위를 튕기듯 내달려 2시간여 만에 산토리니 피라(Fira)마을의 신항구에
도착한다. 항구를 출발한 버스는 지그재그가 반복되는 도로를 따라 가파른 절벽을 힘들게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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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의 피라 마을. |
산토리니 여행은 이아(Oia) 마을과 피라 마을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아 마을은 산토리니에서도 가장 운치 있고 낭만적인 곳이
고, 피라 마을은 가장 번화한 거리. 신혼 여행이라면 멋진 호텔이 많은 이아 마을에 묵어야 하고,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찾는다면
카페와 상점이 많은 피라 마을이 제격이다.
피라 마을과 이아 마을은 모두 높이 100∼300m 안팎의 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다.
구 항구에서는 피라 마을까지 566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예전에는 당나귀나 노새를 타고 이 계단을 오르내렸다. 지금은 곤돌라
가 연결되어 있어, 당나귀와 노새는 관광 상품으로만 이용된다. 규모가 작은 쾌속선은 신항구에 정박하지만, 대형 크루즈선은
먼바다에 머물고 작은 보트가 손님을 구 항구로 실어나른다.
피라 마을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본다. 가슴이 꿍꽝꿍꽝 뛰기 시작한다. 이곳에는 블루와 화이트 단 두 색만이 존재한다. 바다와
하늘은 파란색, 집은 하얀색이다. 이 극명한 색상 대비에 에게해의 화사한 햇빛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원래 이름이 티라(Thira)인 산토리니는 절벽으로 둘러싸인 척박한 화산섬이다. 이 일대에는 기원전 3500년 엄청난 규모의 화산
폭발이 있었다. 얼마나 격렬했던지 지진해일(쓰나미)이 116㎞나 떨어진 크레타 섬까지 뒤덮었다. 기원전 1500년 화산폭발 때는
파도 높이가 200m가 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산토리니 섬의 가운데가 물속으로 가라앉으며 원래 원형이었던 섬이 초승달 모양
으로 변해버렸다. 그때 잘려 나간 절벽에 지금의 하얀 집들이 서 있는 것이다. 플라톤이 말한 ‘잃어버린 대륙’ 아틀란티스가 이때
가라앉았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다.
산토리니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이아 마을. 흰색 집 속의 파란 지붕 교회가 화룡점정의 풍광을 빚어낸다. 이곳에서 가장 고급한
숙소 중의 하나인 페리볼라스 호텔. 절벽을 파서 만든 침실에 개인 풀이 연결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하루 종일 에게해만 바라보아
도 행복감이 가득할 것 같다.
이아 마을과 피라 마을은 천천히 돌아봐도 반나절이 걸리지 않는 작은 마을이지만, 온종일 배회해도 질리지 않는다. 골목 골목에
매력이 넘쳐난다. 동화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예쁜 카페와 상점이 골목에 가득하다. 카페는 한결같이 절벽 위에 전망 좋은 테라스
를 지니고 있다.
이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수많은 연인과 부부들.
아마도 저들은 저 에게해와 이곳에서 함께한 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